외향적인 사람만 관광 가이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서울 곳곳에서 관광객을 안내하는 현직 가이드들을 만나보니, 절반 가까이가 MBTI I형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 직업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 얼마나 피상적인지, 실제로 들여다보면 꽤 달라 보입니다.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생각보다 체계적이었습니다
관광통역안내사(Tourist Interpretation Guide)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언어로 안내와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공인 자격증 보유자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빨간 조끼를 입고 동대문, 명동, 홍대 같은 관광지에서 길을 안내해주는 그 분들이 바로 이 자격증을 가진 분들입니다.
이 일을 하려면 영어 담당의 경우 TOEIC(토익) 또는 TOEFL(토플) 점수가 요구됩니다. 여기서 TOEIC이란 국제 의사소통 영어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비즈니스 환경에서의 실질적인 영어 구사력을 평가합니다. 일본어 담당이라면 JLPT(일본어능력시험), 중국어 담당이라면 HSK(한어수평고사)가 요구됩니다. 여기서 HSK란 중국 교육부가 주관하는 공인 중국어 능력 시험으로, 외국인의 중국어 실용 능력을 6개 등급으로 나누어 평가합니다.
제가 직접 현직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외국인이 이 직업에 지원하는 경우에는 TOPIK(한국어능력시험) 1급 이상이 필수 조건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TOPIK이란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재외동포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능력을 측정하는 공인 시험입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직원이 러시아어 담당으로 동대문 팀에서 일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어는 필수가 아니고, 본인이 담당하는 언어 하나를 제대로 갖추면 된다는 구조였습니다.
관광통역안내사로 일하기 위해 갖춰야 할 주요 요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영어 담당: TOEIC 또는 TOEFL 점수 보유,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취득
- 일본어 담당: JLPT 일정 등급 이상 보유
- 중국어 담당: HSK 일정 등급 이상 보유
- 외국인 지원자: TOPIK 1급 이상 + 취업비자(E-7 등) 보유
- 전 직원: 기본적인 영어 의사소통 능력 권장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 수치는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렇게 수요가 살아나는 상황에서 관광통역안내사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보입니다.
영어회화 실력이 직업과 만나는 순간
"영어를 공부하면 좋은 건 알겠는데, 실제로 어디에 써먹냐"는 질문을 주변에서 참 많이 듣습니다. 저는 영어회화를 시작한 이후로 영어로 대화하는 저 자신이 스스로 자랑스러워졌고, 그 순간순간마다 작은 뿌듯함이 쌓였습니다. 그런데 그 뿌듯함이 단순한 자기만족을 넘어서 실제 직업과 연결될 수 있다는 걸 관광통역안내사를 통해 확인한 셈입니다.
흥미로운 건 현직 가이드들의 영어 학습 경로가 제각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주한미군 부대에서 투어 가이드로 근무하며 실전 영어를 익힌 분도 있었고, 호주 태즈마니아에서 1년간 거주하며 언어를 몸에 붙인 분도 있었습니다. 영어 실력을 키우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라는 걸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싶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현직자 분들이 "근무하면서 영어 실력이 크게 느는 건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말씀하신 것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입니다. 같은 표현을 반복하는 구조적 특성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관광객이 모르는 단어를 물어볼 때 그 자리에서 다시 묻고, 메모해 다음에는 직접 쓰는 방식으로 어휘를 확장한다는 방법은 제가 보기에 오히려 살아있는 학습법에 가깝습니다. 교재에 있는 영어가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표현을 흡수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한류(Korean Wave)가 관광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한류란 드라마, 음악(K-POP), 영화 등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BTS, 블랙핑크 같은 아티스트들로 인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외국인들이 실제로 서울에 발을 들이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K-POP과 K-드라마가 방한 동기에 영향을 미치는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저는 이 상황을 이렇게 봅니다. 영어만 할 줄 아는 외국인 가이드보다, 한국어가 모국어인 데다 영어까지 구사할 수 있는 한국인 가이드가 훨씬 경쟁력 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고요. 자신의 영어 실력과 가이드 현장 경험이 함께 올라가는 구조, 솔직히 이만한 효율이 있을까 싶습니다.
영어를 배우는 이유를 막연하게 갖고 계신 분이라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하나 더 얹어보시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이 자격증이 취업에만 쓰이는 게 아니라, 영어를 계속 공부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동기부여가 됩니다. 어떤 방법으로 영어를 쌓아왔든, 그 실력이 현실에서 쓰이는 순간이 분명히 옵니다. 저는 그 순간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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